고령화 시대

고령화 시대, 노후에 이사 간 사람들의 지역 선택 이유 인터뷰

yeonostory 2025. 7. 14. 09:41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는 조용한 흐름이 있다. 바로 60세 이상 고령층의 ‘노후 이사’ 트렌드다. 이전 세대는 대부분 은퇴 후에도 오랜 시간 살아온 지역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의 고령층은 다르다. 생활비, 건강, 환경, 관계망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노후에 적합한 지역’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사’라는 말은 단순한 주거지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령자에게 이주는 삶의 방식, 일상의 속도, 건강의 관리, 인간관계의 범위를 새롭게 조정하는 인생의 중요한 결단이다. 실제로 주변을 살펴보면 서울의 고층 아파트를 정리하고 전북 완주로 내려간 부부, 수도권의 번화가를 떠나 바닷가 소도시로 이사한 혼자 사는 어르신 등, 다양한 형태의 ‘노후 이주’를 볼 수 있다.

 

고령자 친화 도시 예시

 

이 글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나는 실제로 최근 3년 이내에 타 지역으로 이주한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 3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계기로 이사를 결심했는지, 어떤 지역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실제 살아보며 느낀 변화는 무엇인지 그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았다. 이 글을 통해 고령화 시대, 노인의 시선에서 본 ‘노후 지역 선택의 기준’을 조금 더 생생하게 들여다보려 한다.

 

첫 번째 인터뷰 – “건강과 비용, 둘 다 고려했죠” (경기도 → 충북 제천)

김정애(가명, 68세) 씨는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에서 남편과 함께 오랜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은퇴 후 수입이 줄고, 관리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노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계단보다는 평지, 붐비는 마트보다는 조용한 시장이 있는 곳이 그리워졌죠.”

두 부부는 수개월간 전국 지자체의 고령자 친화도시 정보를 조사했고, 결국 충북 제천을 택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주거비가 서울의 1/3 수준이었고, 둘째, 지역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었으며, 셋째, 대중교통이 시니어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요즘은 시골이라기보다 ‘작은 도시’로 부르는 게 맞을 거예요. 제천은 병원도 가깝고 공원도 잘 조성돼 있어요. 무엇보다도… 걷다 보면 사람들이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해줘요. 이게 참, 사람을 살게 만들어요.” 김 씨의 말에서 진심 어린 만족감이 느껴졌다. 이 부부에게 ‘이주’는 단지 비용을 줄이는 선택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두 번째 인터뷰 – “자연과 혼자 사는 감각을 배우고 있어요” (서울 → 강원 고성)

정승호(가명, 73세) 씨는 서울 마포구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했다.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자녀들도 모두 출가한 뒤엔 그 넓은 집이 오히려 허전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던 중 TV에서 강원 고성의 귀촌 마을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직접 한 달 살기를 해본 끝에 아예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바닷소리가 들리는 동네에서 아침을 맞이하면…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도시에서는 하루하루가 반복 같았는데, 여긴 같은 하루여도 다르게 느껴져요. 혼자인 시간이 많아졌지만, 외롭진 않아요. 오히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겼죠.”

정 씨는 지역 마을 도서관의 시 창작 모임에 참여하고 있으며, 마을 회관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밥상 공동체 활동에도 자주 참여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관계의 밀도, 자연의 감각, 그리고 침묵의 위로… 이 모든 것이 저에게는 ‘회복’이에요.”

고성으로 이주한 정 씨의 삶은 외적 편의보다 내면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노후의 지역 선택이 단순히 ‘싼 곳’이나 ‘덜 불편한 곳’을 찾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해주는 사례였다.

 

세 번째 인터뷰 – “지금은 누군가와 가까이 있고 싶어요” (부산 → 전남 순천)

조은자(가명, 66세) 씨는 원래 부산 해운대 근처의 고급 빌라에 거주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모두 수도권에 정착하게 되면서, 자신만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것이 점점 고립감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몸은 괜찮았지만, 마음이 자꾸 허해지더라고요. 결국 자주 만날 수는 없어도, 마음이 가까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녀는 전남 순천을 선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자주 오가는 고속철도가 있어 자녀들이 오기에도 좋았고, 무엇보다 순천에는 오래된 고등학교 친구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우리 동네에 빈집 하나 나왔다’고 해서 한번 가봤어요. 집은 낡았지만,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그 친구랑 같이 시장도 다니고, 같이 TV도 보고요.”

조 씨는 매주 교회 소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청 평생학습원에서 실버 사진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큰 게 아니더라고요. 누가 나를 기다려주는 집,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친구, 그리고 함께 웃을 일이 있다는 것… 그게 다예요.”

그녀의 말은 고령자의 삶에 있어서 ‘인간관계’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노후의 지역 선택은 ‘누구와 함께 있느냐’를 다시 묻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고령화 시대, 노후의 이사는 ‘도망’이 아닌 ‘선택’이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노후의 이사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선택’ 이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경제적 이유로, 누군가는 정서적 안정을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스스로를 되찾기 위해 지역을 바꿨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스스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 선택은 환경을 바꾸는 동시에, 생각과 생활, 관계의 질까지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노년을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병원이 가까운지, 물가가 싼지를 넘어서, 내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자연이 답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친구가 있는 동네가 해답일 수도 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노후 지역 선택에 대한 작은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
결국 이사란 공간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재배치하는 일이다. 그 재배치가 진심이라면, 어디든 당신만의 노년이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