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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초보의 실수? 이유 없이 산 아파트에서 운 좋게 갈아탄 이야기

yeonostory 2025. 7. 30. 15:57

첫 집을 마련할 때,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혹은, 어떤 기준을 갖고 싶었지만 결국 ‘지금 살 수 있는 집’으로 결정하셨던 경험은 없으신가요?

지금부터 제가 처음으로 실거주 아파트를 구입했던 과정, 그리고 특별한 이유 없이 선택한 집이 어떻게 다행히 성공적인 갈아타기로 이어졌는지, 그 안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얻은 교훈들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첫 내 집 마련 실수한 초보가 갈아탄 이야기
신축은 아니지만 신축이 될 아파트로.. :D

 

 

 

1. 아무 기준 없이 샀던 첫 집… 그래도 ‘내 집’이라는 감정은 강했다

2011년 11월 결혼을 앞두고, 나는 그해 봄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 남편은 신도시 청약을 고려했지만, 나는 송파에서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고, 앞으로 아이를 낳는다면 직주근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은 내가 원하는 곳에, 걸어서 직장까지 10분 거리의 아파트를 선택했다. 1990년대에 지어진 복도식, 방 2개짜리 소형 구축이었다.

당시에는 집을 사려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나 역시 부동산에 무지했다. 직장 동료들조차 “지금 누가 집을 사?”, “나도 그 집 갖고 있었는데 결국 손해보고 팔았어” 같은 이야기를 건넸다. 하지만 나는 ‘우리 집’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에서 자란 남편과 나는 내 집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컸고, 사회 초년 시절부터 각자 열심히 모았던 2억원에 1.5억을 대출 받아 3.5억 원의 집을 샀다. 인생의 첫 '내 집 마련'이었다.

 

2. 대출은 적게, 빨리 갚아야 한다는 착각

지금 생각하면 가장 큰 실수는 ‘대출은 적게 받고, 빨리 갚는 게 답’이라는 믿음이었다. 당시 부부 합산 세후 소득은 약 550만 원이었고, 대출 1.5억의 금리는 3% 수준이었다. 40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매달 53만 원 남짓. 저축 가능한 금액이 300만 원 이상이었으니, 사실 1.5억보다 더 높은 대출도 충분히 감당 가능했던 상황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자가 아깝다는 이유로 레버리지 기회를 날린 셈이다.

이후 몇 년간 우리는 대출 상환에만 열을 올렸다. 아이도 낳았다. 베이비시터 비용 160만 원에 매달 대출 200만 원씩 갚으며 살았다. 2014년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꼭지를 찍었다. 둘째가 태어나던 2016년에 이미 대출을 다 갚았음에도 갈아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 안되는 돈이었지만 우리의 현금은 녹고 있었다.

 

 

3. 왜 그 집을 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결정들

 

지금 돌아보면 복기할 지점이 정말 많다. 당시 매물 임장은 고작 6곳 정도였다. 그나마도 비교 대상 없이 봤고, 가격 협상도 제대로 못했다. 시기적으로 매수자 우위 시장이었는데도, 신혼부부라는 유리한 조건을 살리지 못했다. 그렇게 매물 임장한 곳이 향과 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세 낀 집’을 선택했고, 실입주는 1년 반이나 뒤로 밀렸다.

그때는 전세 레버리지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산다’는 것이 단지 불편한 선택처럼만 느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실입주를 미뤘다면 더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

가장 뼈아픈 건, 3.5억이라는 당시 예산으로도 더 좋은 입지의 아파트를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비교하지 않고 결정해버렸다는 점이다. 결국 상승장이 도래했을 때는, 그런 ‘좋은 집’들이 훨씬 더 많이, 더 빠르게 올랐다. 가격은 결국 제 가치를 따라간다는 진리를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3-1. 대출은 덜 받는 게 정답일까?

당시 내 생각은 단순했다. ‘빚은 적을수록 좋고, 빨리 갚아야 한다’는 것. 맞벌이 부부였고 세후 월 소득이 550만 원이 넘었음에도, 1.5억 정도만 대출을 받고 나머지는 각자 6년간 모았던 현금으로 충당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아주 보수적이고 비효율적인 판단이었다.

만약 내가 그때 3억 대출을 받아(그래도 매월 원리금 100만원 정도) 3.5억이 아닌 5억짜리 집을 샀다면? 상승장이 온 이후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금리도 낮았고, 대출 상환 여력도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내 여유자금은 자산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빚 없는 안정감’이라는 감정에 묶여 있었다.

3-2. 비교 평가의 부재: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집’을 찾지 않았다

나는 3.5억이라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집이 무엇인지 제대로 비교하지 않았다. 그냥 직장 근처, 출퇴근 편한 집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했다. 입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하락장인 만큼 좋은 것과 덜 좋은 것의 가격이 붙어있던 시기였다. 이왕 비슷한 가격이라면, 직장, 교통, 학군, 환경 등 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집을 선택했어야 했다. 복도식 방2개 구조보다 방3개 구조를 선택했어야 했다. 복도식 보다는 계단식을 선택했어야 했다. 물론 다 갖춘 곳은 비싸다.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이 가격이면 대출을 조금 더 받아서 저기를 사는 게 낫지!"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을 선택했어야 했다.

집값은 결국 수요가 밀집된 곳에서 빠르게 오르고, 수요가 적은 곳은 천천히 오르거나 정체되기 마련이다. 그 기본을 몰랐다. 같은 예산이라도 입지가 더 좋은 곳, 입지가 비슷하다면 구조가 더 좋은 곳이 내 자산 가치를 더 크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특히 하락장이라면 가치는 분명히 다른데 가격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상승장이 와야 비로소 가격은 가치를 찾아간다.

3-3. ‘나만의 기준’보다 ‘대중의 선호’를 더 중시했어야 했다

나는 ‘직주근접’ 하나만 보고 결정했다. 하지만 아파트는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집’이어야 그 가치가 제대로 오를 수 있다. 나에게 좋은 요소가 아닌, 대다수가 좋아하는 요소들 — 예를 들면, 직장, 교통, 학군, 환경, 대단지, 신축, 브랜드 — 그런 조건을 갖춘 아파트여야 하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직장과 조금 멀더라도 더 좋은 학군, 환경, 교통, 더 큰 단지, 더 나은 브랜드의 아파트를 선택했다면? 지금의 시세차익은 훨씬 컸을 것이다. 당시에는 그것들이 단지 ‘선택의 여지’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명확하다. 나만 좋다고 느끼는 요소보다, 시장에서 선호하는 조건이 부동산의 진짜 가치라는 것.

 

 

4. 그래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 집은 12년 후 약 9억 원에 매도했다. 2011년, 매도자는 7천만 원에 산 집을 시세대로 3.5억에 내게 팔았지만, 나는 2024년, 3.5억에 산 집을 9억에 시세보다 싸게 팔았다. 이익만 보면 매수자인 내가 더 많은 차익을 얻은 셈이다. 그렇지만 21년 불장 시기엔 최고가인 10.9억 원에도 팔렸던 집이었다. 그런데 나는 하락장에 시세보다 싸게 팔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대출도 완전 청산했고, 여기에 1.8억 원을 더해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도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이사갈 곳도 함께 알아봤기 때문에 빠르게 실행할 수 있었다.

 

5. 두 번째 집은 신중하게, 공부도 하며

2022년 말, 드디어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이제야 이해가 됐다. 왜 좋은 집을 사야 하는지, 왜 대출을 잘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2024년 초, 하락장에서 약 11억짜리 집을 매도한 금액 + 1.8억 대출로 갈아탔다. 지금 그 집은 1년 반 만에 약 5억 원이 올랐다. 매도한 집은 크게 오르지 못했다. 그래도 강남 1시간 이내 도달 가능한 입지인 만큼 시차를 두고 오를 것이다. 다만 오르는 속도와 폭은 내가 갈아탄 집보다 느리고 낮은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첫번째 내 집 마련에서 놓쳤던 적정 대출금을 여전히 충족하지 못했다.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6. 추가 매수? 똘똘한 한 채가 아닌 전략

흥미로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추가로 한 채를 더 매수했다. 갈아탄 집이 나에게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그 이유는 또 다른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물론 ‘2주택자’로서의 리스크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무리하지 않았고, 잃지 않을 투자를 선택했다. 두 집 모두 10년은 보유해도 괜찮다고 확신한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최고의 선택이 아닐지라도 결과를 옳게 만들어 가면 된다.

 

 

7. 마무리: 내집마련, 결국은 ‘공부’와 ‘경험’이다

처음 집을 샀을 때는 아무 기준도 없었다. 그저 내 집이라는 감정, 그리고 직장과 가까운 위치가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세차익을 경험하고, 갈아타기를 해보며 깨달은 건 이것이다. 내집마련은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다.

  • 대출은 적게가 아니라, ‘현명하게’ 써야 한다.
  • 같은 값이면 가장 좋은 가치를 지닌 물건을 고른다.
  •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그렇게 실패처럼 보였던 첫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내 자산의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기반 위에서 더 나은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집을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의 첫 선택이 나처럼 ‘운 좋게’ 끝나길 바라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성공하길 바란다.